기분이 완죠니 엉망이 되어 집에 돌아가는 날이 있다. “왜 거기서 그런 말을 했지?” “난 왜 이렇게 바보같지?”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쉽사리 기운이 차려지지 않는 그런 날. 평범한 하루였던 것 같은데, 갑자기 좋았던 것마저 빛이 바래버리고 만다.

이런 날은, 다른 때보다 더 일찍 잠에 든다. 온수매트를 키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에 들면, 생각 고리가 어느새 끊어진다. 온수매트 덕분에, 겨울 딱 한 계절만 사용할 수 있는 회피법이다.

‘온수매트 하나 가지고 참으로 거창하기 짝이 없구나!’ 싶을지도? 하지만 온수매트 깔린 침대에 들어가면, 무겁게 가라앉은 끈적한 기분은 열에 증발되고 돌덩이처럼 굳은 마음은 사르르 녹는다. 

음, ‘온수매트 하나 가지고 청승을 떠는구나!’ 하실지도!?

그러나 이것의 만만찮은 치유력은 사실 당신도 알고 나도 안다. 때문에 어떤 현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온수매트 없는) 이불 밖은 (엄청나게) 위험하다고!

[같이 들으면 좋을 노래] 도망가자 - 선우정아